본문 바로가기

생각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 노동귀족

"노동귀족이라고 지탄받는 대기업 한진중공업의 노조지부장이었죠? 고 김주익씨. 고 김주익씨가 남긴 지갑 한 번 볼까요? 파업으로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고 재산을 다 가압류 당하구요. 그에게 남은 돈은요. 세 아이들의 인라인스케이트도 사줄 수 없는 돈. 13만5천80원이었습니다. 어떤가요? 귀족다운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3년 11월 18일 노동귀족


19만3천원.
한 정치인에게는 한끼 식사조차 해결할 수 없는
터무니없이 적은 돈입니다.

하지만
막걸리 한 사발에 김치 한보시기로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에게는
며칠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는 큰돈입니다.

그리고
한 아버지에게는요,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길에서조차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한,
짐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FM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아이들에게 휠리스를 사주기로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일하는 아버지, 故 김주익씨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이 193000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193000원.
인라인스케이트 세 켤레 값입니다.

35m 상공에서 100여 일도 혼자 꿋꿋하게 버텼지만
세 아이들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에는 아픈 마음을 숨기지 못한 아버지.

그 아버지를 대신해서
남겨진 아이들에게 인라인 스케이트를 사준 사람이 있습니다.
부자도, 정치인도 아니구요
그저 평범한, 한 일하는 어머니였습니다.

유서 속에 그 휠리스 대목에 목이 메인 이 분은요,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주머니를 털었습니다.
그리고 휠리스 보다 덜 위험한 인라인 스케이트를 사서,
아버지를 잃은,
이 위험한 세상에 남겨진 아이들에게 건넸습니다.

2003년 늦가을.
대한민국의 노동귀족들이 사는 모습입니다.

<빌리 엘리어트> T-Rex - Cosmic Dancer
------------------------------------------------
영화 [빌리 엘리엇]중에서 T-REX의 음악
cosmic dancer띄워드렸습니다.
강정숙씨, 양정선씨, 김도균씨 잘 들으셨어요?
신청하신 곡이었는데요,

영화를 보면요.
빌리가 왕립발레학교 오디션을 보려갈 때
여비가 없으니까 다른 파업노동자들이
돈을 걷어서 여비를 많이 만들어주죠?
참 없는 사람들이 더 없는 사람들을
스스로를 생각하는 모습들,
가슴이 참 찡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강동훈씨,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던 사람이 대통령이 된 오늘,
많은 노동자들이 죽고있는 현실의 아이러니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런지요.'하시면서
사연 보내 주셨네요. 참, 정말 아이러니칼하죠?
그들 옆에 섰던 대통령이 그들을 노동귀족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노동귀족이라고 지탄받는 대기업 한진중공업의
노조지부장이었죠? 고 김주익씨.
고 김주익씨가 남긴 지갑 한 번 볼까요?
파업으로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고
재산을 다 가압류 당하구요.
그에게 남은 돈은요.
세 아이들의 인라인스케이트도 사줄 수 없는 돈.
13만5천80원이었습니다.
어떤가요? 귀족다운가요?

1. <빌리 엘리어트> T-Rex - Cosmic Dancer
2. <노마 레이> Jennifer Warnes - It Goes Like It Goes
3. <못말리는 번디 가족> Frank Sinatra - Love And Marriage
4. <풀 몬티> Donna Summer - Hot Stuff
5.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세르게이 & 따찌야나 니끼씬 부부 - 알렉산드라
6. <메트로폴리스> Pat Benatar - Here"s My Heart
7. <쉘로우 그레이브> Andy Williams - Happy Heart

-------------------------------------------------------------------------------------


페이스 북에 올라온 링크를 따라가다 펜들이 만든 사이트까지 갔네요.

올린 글은 전체 방송 분량의 초입에 있는 멘트입니다.

그날의 방송 제목은 "영화 속의 노동자"더군요.

고 김주익 열사에서 부터, 노동 귀족이란 담론에 대한 비판, 노동운동의 빛과 어둠, 20세기 굴곡 많은 자본주의를 살아간 노동자들의 다양한 삶, 노동계급에 씌어진 편견 혹은 상품화의 논리, 계급과 계급 사이의 차별과 벽...

이야기는 노동귀족 얘기를 넘어 영화 속에 비춰진 노동자들을 통해 노동과 얽힌 다양한 측면들을 다듬고 있습니다.


고 정은임의 FM 영화음악입니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방송 분량을 직접 들이실 수 있습니다.

당연히... 뛰어난 영화 음악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 정은임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함께 말이죠.

 

[링크]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 2003년 11월 18일, 영화탐험 - 영화속의 노동자